[이학영의 뉴스레터] 왜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많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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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많이 나올까?


세 딸의 고등학교 과제물(리포트)을 읽어보고는 이곳저곳 빨간 펜으로 검토 의견을 써 주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수용 여부는 딸들의 자율에 맡겼습니다. “원래 쓴 대로 제출해서 C나 D 학점을 받아도 되고, 다시 써도 돼.” 딸들은 리포트를 고쳐 썼고, 엄마는 “이제 B는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들은 리포트를 더 다듬었고, 모두 A 학점을 따냈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인 수잔 도미너스가 쓴 책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어크로스 펴냄, 원제 The Family Dynamic)>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이 얘기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교사였던 에스터 워치츠키입니다. 맏딸 수잔은 훗날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둘째 재닛은 UC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의 종신교수, 막내 앤은 유전자 검사기업 ‘23앤드미’의 설립자가 됐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도미너스는 미국의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 에밀리 자매로 유명한 영국 브론테가(家)의 내력에 관심을 갖고 “왜 어떤 집안은 모든 자녀가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풀어내는 일에 도전했습니다. ‘현대판 케네디·브론테가’라고 할 만큼 성공적으로 자녀를 키워낸 미국의 여섯 가족을 뽑아내고는 10년에 걸쳐 그들의 가정교육과 가족문화를 추적했습니다. 


문화·사회·경제적 배경이 각각 달랐던 여섯 가족의 공통점은 “부모들이 자녀가 실패하는 걸 막지 않았고, 부모 스스로 분명한 목표를 향해 살아가며 본보기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또 아이들이 새로운 자극에 뛰어들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워 줬습니다. 


류머티즘 전문의인 제리 그로프와 아내 제닌 부부의 가정이 그랬습니다. 첫째인 애덤은 의사이자 헬스케어 회사 창업자, 둘째 로런은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유명 소설가, 막내 세라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에 두 번이나 출전한 미국 대표선수가 됐는데,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강하게 자랐습니다. “그로프 가족은 봄이 오면 찬물 속으로 뛰어드는 전통을 가졌다. 위험하지는 않아도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그로프 가족의 가치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자립성에 있었습니다. 막내딸 세라가 14세 때 수영으로 8시간 이상 걸리는 15㎞ 호수 횡단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그로프는 만류하는 대신 보트를 타고 옆을 따라가며 응원했습니다. 다리에 깁스를 한 네 살짜리 손녀가 목발 없이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을 때는 ‘스스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도록’ 그냥 놓아뒀고, 마침내 계단 꼭대기에 올랐을 때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넌 참 강인해!” 


도미너스는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솟구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했다”는 것을 여섯 가정 부모들의 공통점으로 꼽습니다. “아이의 가능성을 미리 규정하지 않고, 우연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유전적 기질이 현실의 자극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일상을 설계했다.” 부모의 이런 태도가 자녀들로 하여금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펼칠 수 있게 돕는 든든한 토대의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자녀들이 모두 사회적 기준의 ‘성공’을 이뤄냈지만, 부모들이 처음부터 그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더 주도적이고 풍성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애썼다. 그 방편은 자녀들이 삶에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기 원하는 것, 다소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일지라도 도전 자체를 지지해 주는 것, 아이에게 아무 조건도 흔들림도 없는 양질의 관심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한 가지는 분명하게 가르쳤답니다. “세속적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경제사회연구원 이사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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