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5%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08년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330억 달러를 투입해 2020년 1단계 구간을 개통하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2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그런데 웬걸,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2030년 이후에나 1단계 공사가 끝날 것 같답니다.
한국경제신문 5월 18일자 기사 <대형 프로젝트가 십중팔구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이유>와 조선일보 5월 25일자 <대형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단 0.5%… 실패 이유는?> 기사는 벤트 플루비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탐사저널리스트 댄 가드너가 쓴 책 <프로젝트 설계자(한경BP 펴냄, 원제 How Big Things Get Done)>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가 처음 계획대로 수행되는 예는 대단히 드물다. 거의 대부분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의 길을 걷는다.”
미국 보스턴 도심을 가르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지하에 터널을 뚫은 ‘빅 딕’ 공사도 그런 경우입니다. 1991년 시작돼 16년을 질질 끌었습니다. “당초 예산의 3배가 넘는 비용을 집어삼키며 도시 전체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2004년 완공된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건물도 원래 예산의 978%를 쏟아부은 끝에 3년이 더 걸려서야 공사를 마쳤습니다.
두 저자가 136개국 20개 분야에서 수집한 약 1만6000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비용과 일정 측면에서 계획 당시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전체의 8.5%에 불과했습니다. 기대 편익까지 충족한 프로젝트는 단 0.5% 뿐이었습니다. 플루비야 교수는 연구결과에 ‘메가 프로젝트의 철칙(Iron Law of Megaprojects)’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산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이상인 메가 프로젝트가 따르는 공식이 있다. ‘실패’다. 대형 프로젝트는 놀라우리만치 쉽게 예상을 빗나간다.”
그가 꼽는 ‘철칙’의 원인은 낙관적 전망, 예측 실패, 신중하지 못한 기획, 무작정 속도 높이기, 경험 무시, 팀워크 달성 실패, 프로젝트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생각하는 태도 등입니다. 성급한 추진이 특히 치명적입니다. “피상적인 기획 단계에 이어 곧장 수행 단계가 시작되면 모두가 행복해한다. 어쨌든 첫 삽을 떴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범한 프로젝트는 숱한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진지하게 분석하거나 다루지 않고 넘어간 문제들이 돌출하고, 사람들은 그걸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플루비야는 이런 현상에 ‘고장-수리 사이클(break-fix cycl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무작정 시작하고 보자는 것은 실패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플루비야 교수가 내놓는 해법은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라”입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공사가 모범 사례입니다. 102층짜리 초고층 건물 공사를 1930년 3월 17일 시작해 13개월 만인 1931년 5월 1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비결은 ‘철저한 사전분석과 조율’입니다. “리벳과 볼트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몇 개의 창문이 설치될지, 대리석 블록은 몇 개가 들어가는지, 알루미늄·스테인리스강·시멘트·회반죽이 몇 t 필요한지도 사전에 정확히 파악돼 있었다.” 덕분에 건축비도 크게 아꼈습니다. 5000만 달러를 예상했지만 실제 투입된 비용은 41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17%를 절약한 것입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도 새길 만합니다. 최종 목표를 출발점으로 삼아 반대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라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끈 픽사의 애니매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애플의 아이팟, 보잉의 747 여객기가 이 방식을 충실히 따라 대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힙니다. “일단 땅을 파라는 말 만큼 무모한 게 없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99.5%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08년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330억 달러를 투입해 2020년 1단계 구간을 개통하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2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그런데 웬걸,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2030년 이후에나 1단계 공사가 끝날 것 같답니다.
한국경제신문 5월 18일자 기사 <대형 프로젝트가 십중팔구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이유>와 조선일보 5월 25일자 <대형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단 0.5%… 실패 이유는?> 기사는 벤트 플루비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탐사저널리스트 댄 가드너가 쓴 책 <프로젝트 설계자(한경BP 펴냄, 원제 How Big Things Get Done)>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가 처음 계획대로 수행되는 예는 대단히 드물다. 거의 대부분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의 길을 걷는다.”
미국 보스턴 도심을 가르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지하에 터널을 뚫은 ‘빅 딕’ 공사도 그런 경우입니다. 1991년 시작돼 16년을 질질 끌었습니다. “당초 예산의 3배가 넘는 비용을 집어삼키며 도시 전체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2004년 완공된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건물도 원래 예산의 978%를 쏟아부은 끝에 3년이 더 걸려서야 공사를 마쳤습니다.
두 저자가 136개국 20개 분야에서 수집한 약 1만6000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비용과 일정 측면에서 계획 당시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전체의 8.5%에 불과했습니다. 기대 편익까지 충족한 프로젝트는 단 0.5% 뿐이었습니다. 플루비야 교수는 연구결과에 ‘메가 프로젝트의 철칙(Iron Law of Megaprojects)’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산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이상인 메가 프로젝트가 따르는 공식이 있다. ‘실패’다. 대형 프로젝트는 놀라우리만치 쉽게 예상을 빗나간다.”
그가 꼽는 ‘철칙’의 원인은 낙관적 전망, 예측 실패, 신중하지 못한 기획, 무작정 속도 높이기, 경험 무시, 팀워크 달성 실패, 프로젝트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생각하는 태도 등입니다. 성급한 추진이 특히 치명적입니다. “피상적인 기획 단계에 이어 곧장 수행 단계가 시작되면 모두가 행복해한다. 어쨌든 첫 삽을 떴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범한 프로젝트는 숱한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진지하게 분석하거나 다루지 않고 넘어간 문제들이 돌출하고, 사람들은 그걸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플루비야는 이런 현상에 ‘고장-수리 사이클(break-fix cycl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무작정 시작하고 보자는 것은 실패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플루비야 교수가 내놓는 해법은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라”입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공사가 모범 사례입니다. 102층짜리 초고층 건물 공사를 1930년 3월 17일 시작해 13개월 만인 1931년 5월 1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비결은 ‘철저한 사전분석과 조율’입니다. “리벳과 볼트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몇 개의 창문이 설치될지, 대리석 블록은 몇 개가 들어가는지, 알루미늄·스테인리스강·시멘트·회반죽이 몇 t 필요한지도 사전에 정확히 파악돼 있었다.” 덕분에 건축비도 크게 아꼈습니다. 5000만 달러를 예상했지만 실제 투입된 비용은 41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17%를 절약한 것입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도 새길 만합니다. 최종 목표를 출발점으로 삼아 반대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라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끈 픽사의 애니매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애플의 아이팟, 보잉의 747 여객기가 이 방식을 충실히 따라 대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힙니다. “일단 땅을 파라는 말 만큼 무모한 게 없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