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란 피해자의 상처 회복과 화해에 집중하는 것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혀내듯 6.25 전쟁도 마찬가지
정부가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야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곡과 폄훼는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5.18 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하였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역사의 올바른 기록을 위해 “국가폭력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에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논리가 들어있다. 가해자의 처벌이 아닌 피해자의 상처 회복에 초점을 맞춰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자는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를 통한 화해를 중시한다. 나아가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통합까지 모색한다. 회복적 정의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 범죄자들의 교화와 사회 재편입을 위한 고민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평화 연구자들은 그 정치적 의미에 주목하며 평화 구현의 방법으로 회복적 정의 개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와 국가 사이 또는 국가 내부의 폭력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을 정치적 화해를 통해 풀어가려 한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 그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한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은 가해자의 진실한 고백을 원한다. 왜 내 피붙이가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밝혀져야 정의가 세워진다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은 “용서는 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고 강조한다. 정부도 회복적 정의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이는 지역갈등 극복과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5.18 기념식장에서 한 피해자의 아내는 4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눈물로 읽어 내려갔다.
“이 억울한 마음을 세상천지에 누가 또 알까요? 그래서 그날부터 광주의 일을 알리고 다녔어요.
그래야 우리 아들, 손자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지 않겠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편지 낭독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미망인의 손을 꼭 잡아주고 위로했다.
그 두 달여 전, 3월 27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운 호국 영웅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날”이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통령이 분향하려 할 때, 한 백발의 할머니가 갑자기 대통령의 손을 잡고 막아섰다.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여사였다. 그분은 대통령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공식 기념사에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한 마디도 없었다.
우리 장병 46명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는 이미 10년 전 국제 합동조사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날조된 모략”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에도 여전히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마저 애매한 태도를 취할 때가 있다. 지난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서해 수호의 날’을 천안함을 포함해 “서해상에서 있었던 여러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들”을 함께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한의 책임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런 일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은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윤청자 여사는 북한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과거에 “대통령도 북한 소행이라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어” 자신이 나섰다고 초대받지 않은 단상에 오른 이유를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천안함 폭침의 희생자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과 한, 그리고 슬픔에는 차이가 없지 않을까? 이들은 모두 가해자의 폭력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5.18 희생자들처럼 천안함 희생자들도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 한다. 천안함 피해자들에게도 회복적 정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천안함 문제의 뿌리는 6.25 전쟁이다. 70년 전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우리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가족과 헤어져야 했다. 그 고통으로 눈물 지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은 북쪽에 있는 전쟁 책임자의 자손이 남쪽에서 환대 받는 것을 싫어한다.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다. 내 가족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사과는커녕 시인도 안 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접받는 것이 억울해서이다.
평화로 가는 길에서 화해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다. 그렇기에 남북한도 여러 차례 화해를 선 언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남북간 최초의 공식 합의문인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서부터 2018년 「4.7 판문점 선언」까지 주요 합의문에는 긴장완화와 화해에 대한 의지가 표명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진정한 화해 및 평화와는 거리가 있다. 중요한 화해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화해를 위해서는 과거 잘못의 확인과 가해자의 사과가 필요하다. 이는 개인 간에도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더욱 힘들다. 국제정치의 논리는 물론 해당 정부 간의 정치적· 외교적 이해관계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간에는 명확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실규명 작업만은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것이 회복적 정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정부는「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이를 “해괴한 추태”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6.25 전쟁은 미국의 “침략전쟁”이며, 남한이 도발한 “북침 전쟁”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북한은 의례 그러려니 하는 타성 때문인지 몰라도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박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피해자 가족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다. 5.18 피해자를 위해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고 은폐·조작 의혹을 밝혀내야 하듯이,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진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정부가 당장 북한의 사과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두가 대한민국 정부가 보듬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2018년 제주 4.3 희생자 70주년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역설하였다. 다가오는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도 전쟁의 진실을 기억하고 확인하자는, 그래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와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는 대통령의 말이 들리길 기대해 본다.

회복적 정의란 피해자의 상처 회복과 화해에 집중하는 것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혀내듯 6.25 전쟁도 마찬가지
정부가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야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곡과 폄훼는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5.18 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하였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역사의 올바른 기록을 위해 “국가폭력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에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논리가 들어있다. 가해자의 처벌이 아닌 피해자의 상처 회복에 초점을 맞춰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자는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를 통한 화해를 중시한다. 나아가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통합까지 모색한다. 회복적 정의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 범죄자들의 교화와 사회 재편입을 위한 고민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평화 연구자들은 그 정치적 의미에 주목하며 평화 구현의 방법으로 회복적 정의 개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와 국가 사이 또는 국가 내부의 폭력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을 정치적 화해를 통해 풀어가려 한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 그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한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은 가해자의 진실한 고백을 원한다. 왜 내 피붙이가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밝혀져야 정의가 세워진다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은 “용서는 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고 강조한다. 정부도 회복적 정의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이는 지역갈등 극복과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5.18 기념식장에서 한 피해자의 아내는 4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눈물로 읽어 내려갔다.
“이 억울한 마음을 세상천지에 누가 또 알까요? 그래서 그날부터 광주의 일을 알리고 다녔어요.
그래야 우리 아들, 손자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지 않겠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편지 낭독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미망인의 손을 꼭 잡아주고 위로했다.
그 두 달여 전, 3월 27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운 호국 영웅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날”이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통령이 분향하려 할 때, 한 백발의 할머니가 갑자기 대통령의 손을 잡고 막아섰다.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여사였다. 그분은 대통령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공식 기념사에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한 마디도 없었다.
우리 장병 46명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는 이미 10년 전 국제 합동조사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날조된 모략”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에도 여전히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마저 애매한 태도를 취할 때가 있다. 지난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서해 수호의 날’을 천안함을 포함해 “서해상에서 있었던 여러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들”을 함께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한의 책임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런 일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은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윤청자 여사는 북한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과거에 “대통령도 북한 소행이라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어” 자신이 나섰다고 초대받지 않은 단상에 오른 이유를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천안함 폭침의 희생자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과 한, 그리고 슬픔에는 차이가 없지 않을까? 이들은 모두 가해자의 폭력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5.18 희생자들처럼 천안함 희생자들도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 한다. 천안함 피해자들에게도 회복적 정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천안함 문제의 뿌리는 6.25 전쟁이다. 70년 전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우리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가족과 헤어져야 했다. 그 고통으로 눈물 지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은 북쪽에 있는 전쟁 책임자의 자손이 남쪽에서 환대 받는 것을 싫어한다.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다. 내 가족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사과는커녕 시인도 안 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접받는 것이 억울해서이다.
평화로 가는 길에서 화해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다. 그렇기에 남북한도 여러 차례 화해를 선 언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남북간 최초의 공식 합의문인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서부터 2018년 「4.7 판문점 선언」까지 주요 합의문에는 긴장완화와 화해에 대한 의지가 표명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진정한 화해 및 평화와는 거리가 있다. 중요한 화해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화해를 위해서는 과거 잘못의 확인과 가해자의 사과가 필요하다. 이는 개인 간에도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더욱 힘들다. 국제정치의 논리는 물론 해당 정부 간의 정치적· 외교적 이해관계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간에는 명확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실규명 작업만은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것이 회복적 정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정부는「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이를 “해괴한 추태”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6.25 전쟁은 미국의 “침략전쟁”이며, 남한이 도발한 “북침 전쟁”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북한은 의례 그러려니 하는 타성 때문인지 몰라도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박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피해자 가족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다. 5.18 피해자를 위해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고 은폐·조작 의혹을 밝혀내야 하듯이,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진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정부가 당장 북한의 사과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6.25 피해자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두가 대한민국 정부가 보듬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2018년 제주 4.3 희생자 70주년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역설하였다. 다가오는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도 전쟁의 진실을 기억하고 확인하자는, 그래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와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는 대통령의 말이 들리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