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3조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조합법’으로 줄여서 씁니다.)이 지난 7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가결됐다. 대개의 기사가 '단체교섭의 의무가 원청으로 확대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재미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노란봉투법의 성격이 '불법 파업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적법한 파업에 대하여 민사 면책이 되도록 하는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된 1997년 3월 13일부터 삽입돼 있었다. 노동권을 옹호하는 대개의 일반인이라면 '적법한 파업을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겠지만,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은 불법파업을 보호해서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
파업을 하면 회사에는 당연히 손해가 발생한다. 노동조합 조합원의 집단적인 근로 거부는 공장 등의 조업을 할 수 없게 해 매출 저하로 직결된다. 파업 후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그 총액은 얼마인지에 대한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미 노동조합법은 적법한 파업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해놨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조합법은 불법 파업은 책임을 지게 해두었다는 뜻이다. 불법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도 보호하자는 법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도 않은 근로자들이 모여서 출근을 안 한 다음, '우리 파업이에요!'라고 우기는 경우라든지, 공장 문을 쇠사슬로 칭칭 감아 일하겠다는 사람도 못 들어가게 하는 폭력행위를 해서 발생한 손해도 배상액을 법원이 조정하고, 사용자가 손해배상 청구도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사에서 말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이다.
부양의무자는 ‘손해배상액 감면’?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 자문받았나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3조 제4항(신설)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법원이 행위자 개별적으로 금액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제3항에 따른 배상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제3조 제4항).
쉽게 말해 ‘경제상황이 어렵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고, 임금이 적고, 가정이 빈곤하면’ 불법파업을 해도 그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했는데, 근로자 중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도 많았고, 이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노동조합의 간부 두 명은 출근 시간 2시간 전에 공장에 나와 문을 쇠사슬로 잠가버렸다. 결국 비노조원도, 파업 비참여자도 출근하지 못했고, 회사는 조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 전형적인 영업방해에 따른 불법 파업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입법된다면 두 사람이 자신이 물어낼 손해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에서 두 사람은 개인에게 빚이 많고, 자신에게는 부양해야 할 부모와 자식이 있으며, 급여도 풍족하지 못하다고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 또 ‘부양의무 등 가족 관계’를 감면의 사유로 명시했으므로, 미혼인 근로자와 기혼인 근로자의 배상액이 다르게 될 것이고, 기혼이더라도 자녀의 유무에 따라 또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정도면 ‘노란봉투법’이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판사님이 부지런해 ‘감면의무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심리 중에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피고에게는 빚이 있네요? 어떻게 빚이 생기셨습니까?”라고. 경제상태와 존립유지를 배상액 감면 사유로 뒀으니, 빚이 생긴 원인도 물어볼 수 있다. 비트코인 투자로 생긴 채무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를 같게 볼 수는 없지 않나. 파고들수록 아리송한 법이다.
‘선한 의도의 역설’, 문재인정부의 기시감
이재명정부 1년 차에 등장한 노란봉투법을 읽고 있으니, 문재인정부 1년 차의 ‘소득주도성장’ 때의 기시감이 들었다. 문재인정부 맨 처음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6.4%로 결정됐다. 모 기자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게 ‘왜 이렇게 인상폭이 높냐, 어떻게 결정된 것이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이렇게 올려야 집권 중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두텁게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자 자영업자는 줄폐업하고, ‘주 15시간 근로’의 쪼개기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역설’이 달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 1만원’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5년 달성됐다.
선한 의도의 역설은 상식을 무시하면서 벌어졌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의 인상은 해고를 낳는다’는 경제학원론을 무시하고 추진됐다.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도 손해배상은 인과관계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학개론을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 가난한지, 혼인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여부는 파업의 불법 여부와 회사의 손해 발생과는 무관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두려웠다면 ‘합법 파업’을 해 면책할 일이지, 법을 바꿀 일이 아니다.
가난한 자에게 불법 파업의 책임을 물리지 말라는 노란봉투법의 의도는 얼마나 선한가. 또 선한 의도의 ‘역설’은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3조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조합법’으로 줄여서 씁니다.)이 지난 7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가결됐다. 대개의 기사가 '단체교섭의 의무가 원청으로 확대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재미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노란봉투법의 성격이 '불법 파업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적법한 파업에 대하여 민사 면책이 되도록 하는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된 1997년 3월 13일부터 삽입돼 있었다. 노동권을 옹호하는 대개의 일반인이라면 '적법한 파업을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겠지만,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은 불법파업을 보호해서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
파업을 하면 회사에는 당연히 손해가 발생한다. 노동조합 조합원의 집단적인 근로 거부는 공장 등의 조업을 할 수 없게 해 매출 저하로 직결된다. 파업 후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그 총액은 얼마인지에 대한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미 노동조합법은 적법한 파업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해놨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조합법은 불법 파업은 책임을 지게 해두었다는 뜻이다. 불법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도 보호하자는 법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도 않은 근로자들이 모여서 출근을 안 한 다음, '우리 파업이에요!'라고 우기는 경우라든지, 공장 문을 쇠사슬로 칭칭 감아 일하겠다는 사람도 못 들어가게 하는 폭력행위를 해서 발생한 손해도 배상액을 법원이 조정하고, 사용자가 손해배상 청구도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사에서 말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이다.
부양의무자는 ‘손해배상액 감면’?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 자문받았나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3조 제4항(신설)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법원이 행위자 개별적으로 금액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제3항에 따른 배상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제3조 제4항).
쉽게 말해 ‘경제상황이 어렵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고, 임금이 적고, 가정이 빈곤하면’ 불법파업을 해도 그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했는데, 근로자 중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도 많았고, 이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노동조합의 간부 두 명은 출근 시간 2시간 전에 공장에 나와 문을 쇠사슬로 잠가버렸다. 결국 비노조원도, 파업 비참여자도 출근하지 못했고, 회사는 조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 전형적인 영업방해에 따른 불법 파업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입법된다면 두 사람이 자신이 물어낼 손해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에서 두 사람은 개인에게 빚이 많고, 자신에게는 부양해야 할 부모와 자식이 있으며, 급여도 풍족하지 못하다고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 또 ‘부양의무 등 가족 관계’를 감면의 사유로 명시했으므로, 미혼인 근로자와 기혼인 근로자의 배상액이 다르게 될 것이고, 기혼이더라도 자녀의 유무에 따라 또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정도면 ‘노란봉투법’이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판사님이 부지런해 ‘감면의무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심리 중에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피고에게는 빚이 있네요? 어떻게 빚이 생기셨습니까?”라고. 경제상태와 존립유지를 배상액 감면 사유로 뒀으니, 빚이 생긴 원인도 물어볼 수 있다. 비트코인 투자로 생긴 채무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를 같게 볼 수는 없지 않나. 파고들수록 아리송한 법이다.
‘선한 의도의 역설’, 문재인정부의 기시감
이재명정부 1년 차에 등장한 노란봉투법을 읽고 있으니, 문재인정부 1년 차의 ‘소득주도성장’ 때의 기시감이 들었다. 문재인정부 맨 처음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6.4%로 결정됐다. 모 기자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게 ‘왜 이렇게 인상폭이 높냐, 어떻게 결정된 것이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이렇게 올려야 집권 중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두텁게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자 자영업자는 줄폐업하고, ‘주 15시간 근로’의 쪼개기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역설’이 달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 1만원’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5년 달성됐다.
선한 의도의 역설은 상식을 무시하면서 벌어졌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의 인상은 해고를 낳는다’는 경제학원론을 무시하고 추진됐다.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도 손해배상은 인과관계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학개론을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 가난한지, 혼인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여부는 파업의 불법 여부와 회사의 손해 발생과는 무관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두려웠다면 ‘합법 파업’을 해 면책할 일이지, 법을 바꿀 일이 아니다.
가난한 자에게 불법 파업의 책임을 물리지 말라는 노란봉투법의 의도는 얼마나 선한가. 또 선한 의도의 ‘역설’은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