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기를 헤엄쳐 오가던 쥐와 눈 마주치고 서로 놀라던 숙소에서 지내며 장교생활을 했다. 전역 후에는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지내며 매달 35만원을 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하루가 멀다하고 비염 증상에 시달렸고 수시로 병원을 오가야 했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 때 월세 50만원 짜리 단칸방으로 옮겼다. 근로자로서 이력과 신용이 쌓이자 은행에서 전세대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세 세입자로 생활하고 있다. 빚이 크게 늘어났어도 전세이자는 월세보다 훨씬 저렴해 매달 1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고시원, 월세, 전세까지 차근차근 전진하던 2019년 당시 내게 남은 과제이자 최종 목표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꿈을 이뤄내는 것이었다!
‘이자가 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도 매달 40만원 씩 내던 전세대출이자가 갑자기 60만원을 넘기더니 이번 달에는 70만원 가까이 내야한다.
나는 딱히 한 게 없다. 그저 먹고 자고 살아갈 뿐인데, 매달 현금 30만원이 더 필요해졌다. 어떡하지..’
그런데 정부에서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들을 20번 넘게 우후죽순 발표하더니, 전국의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2020년 6월 30일, 기존 전월세 시장을 통째로 뒤흔드는 내용의 ‘임대차 3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뒤로는 전세가 월세보다 비싸지게 됐다. 내 집 하나 마련해보려던 평범하고 당연했던 꿈이 와르르 무너져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부동산 정책, 주거 정책을 발표하던 이들 대부분은 이미 자기 집을 갖고 있고, 심지어 몇 채씩이나 갖고 있던 사람들이란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이익은 알뜰살뜰하게 챙겨가던 모순과 위선에 치가 떨리기도 했다. 공공주택을 짓고 운영하는 공기업에서 벌어진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는 허탈했다. 공적의식이 말살되어 가는 이 시대와 사회를 어떤 말로 정의해야 할지 힘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국제정세가 요동치자 물가가 뛰어오르고,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p 넘게 오르더니 은행 대출금리도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언론보도로 알게 된 소식들이 점점 일상에 스며들었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이자도 올랐다. 커피 값, 짜장면 값, 우유, 과자, 라면 값도 올랐다. 전기료도, 세금도, 건강보험료도 올랐다. 그리고 주식, 코인의 가치는 무참히 떨어지고 있다. 어차피 크게 투자할 돈도 없었던 지라 나름 안심하곤 있지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장만하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절망하고 있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내 지갑, 우리의 미래는 왜 이렇게 점점 박탈, 강탈 당해버리고 있는 걸까?"
나는 지난 2월 쿠팡 배달파트너, 배달 라이더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마이너스 통장의 잔액마저 다 써버린 현실에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한 뒤, 자전거를 타고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식사주문이 늘어나는 점심, 저녁 피크타임에는 음식을 1번 배달 할 때마다 6,000원도 벌었다. 그렇게 8번을 배달하면 한 달 치 건강보험료(무주택 지역가입자)를 낼 수 있었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 대출이자도 메꿨다. 그런데 그마저도 배달수요도 줄어들고 배달단가도 낮아져 라이더들의 수익도 적어졌다. 배달을 업으로 삼고 있는 라이더들의 사정이 더 팍팍해지고 있는 거다.
음식을 배달하면서 고급아파트부터 허물어져가는 단칸방, 반지하방까지 많은 건물을 다녔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지위가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수시로 느꼈다. 그런데 동네마다 새로 짓고 있는 건물 대부분은 ‘1인 가구’를 위한 시설들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결과이겠지만, 누군들 1인 가구이고 싶어서 1인가구로 지내기만 할까?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출산율, 전쟁을 치르는 나라보다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이 국가에서는 되레 1인 생활이 장려되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출산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저출산 대책 대부분은 ‘출산’을 향해 있을 뿐, 정작 그 사전 단계인 ‘결혼’을 저해하는 요소는 놓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살 집조차 갖기 힘들어진 이 나라의 절박한 현실은 음식을 배달하는 순간에도 느껴졌다.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이 부분을 언급하며 활동하고 계신다. 그런데 말이다, 이 상황을 정말로 이해하고 공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는 것(Knowing)과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내가 처한 이 상황을, 2030세대를 비롯해 갓 태어난 아기들이 마주해야 할 이 절망적인 현실을 ‘이해’하는 ‘어른’은 거의 못 봤다. 앞선 세대 탓을 하자는 건 결코 아니다. 이 땅에는 태어나 보니 나라가 없던 세대도 있었고, 태어나보니 굶어 죽을 걱정을 하던 세대도 있었고, 태어나보니 독재와 맞서 싸워야 했던 세대도 있었다. 각자가 처한 문제들을 어떻게든 잘 해결해 온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인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두렵고 절망스럽다. 대한민국의 소멸을 테이블 위에 놓고 진지하게 논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만의 ‘노오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리사욕보다는 이미 가진 세대의 공적의식과 책임의식도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정돈되고 안정된 하루였다.”
얼마 전 누군가가 내게 무심코 건네준 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국내외적으로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논지다. 딱히 반박하기 힘들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마이너스 인생,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마이너스 인생, 더 혼란스러워질 미래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또래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장 아파트와 철거촌의 공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전셋집은, 너무 오래되어 곧 철거될 전통시장과 이 지역 최고급 아파트 사이에 놓여있다. 나는 매일같이 그 경계선을 오가며 종종 고민한다. 내 미래를 강탈하는 건 누구인가? 나 자신일까? 나와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번 달 이자 어떻게 내지? 전세계약 끝나면 어떡하지? 막막하고 갑갑한 현실이지만 심호흡 꿀꺽 삼키며 마음을 다져본다.
‘나는 1인 가정이다. 내가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길이 없다면 새 길을 뚫겠다는 각오로 견뎌내자. 이 시대와 사회가 던지는 물음들의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거침없이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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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기를 헤엄쳐 오가던 쥐와 눈 마주치고 서로 놀라던 숙소에서 지내며 장교생활을 했다. 전역 후에는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지내며 매달 35만원을 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하루가 멀다하고 비염 증상에 시달렸고 수시로 병원을 오가야 했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 때 월세 50만원 짜리 단칸방으로 옮겼다. 근로자로서 이력과 신용이 쌓이자 은행에서 전세대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세 세입자로 생활하고 있다. 빚이 크게 늘어났어도 전세이자는 월세보다 훨씬 저렴해 매달 1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고시원, 월세, 전세까지 차근차근 전진하던 2019년 당시 내게 남은 과제이자 최종 목표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꿈을 이뤄내는 것이었다!
‘이자가 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도 매달 40만원 씩 내던 전세대출이자가 갑자기 60만원을 넘기더니 이번 달에는 70만원 가까이 내야한다.
나는 딱히 한 게 없다. 그저 먹고 자고 살아갈 뿐인데, 매달 현금 30만원이 더 필요해졌다. 어떡하지..’
그런데 정부에서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들을 20번 넘게 우후죽순 발표하더니, 전국의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2020년 6월 30일, 기존 전월세 시장을 통째로 뒤흔드는 내용의 ‘임대차 3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뒤로는 전세가 월세보다 비싸지게 됐다. 내 집 하나 마련해보려던 평범하고 당연했던 꿈이 와르르 무너져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부동산 정책, 주거 정책을 발표하던 이들 대부분은 이미 자기 집을 갖고 있고, 심지어 몇 채씩이나 갖고 있던 사람들이란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이익은 알뜰살뜰하게 챙겨가던 모순과 위선에 치가 떨리기도 했다. 공공주택을 짓고 운영하는 공기업에서 벌어진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는 허탈했다. 공적의식이 말살되어 가는 이 시대와 사회를 어떤 말로 정의해야 할지 힘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국제정세가 요동치자 물가가 뛰어오르고,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p 넘게 오르더니 은행 대출금리도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언론보도로 알게 된 소식들이 점점 일상에 스며들었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이자도 올랐다. 커피 값, 짜장면 값, 우유, 과자, 라면 값도 올랐다. 전기료도, 세금도, 건강보험료도 올랐다. 그리고 주식, 코인의 가치는 무참히 떨어지고 있다. 어차피 크게 투자할 돈도 없었던 지라 나름 안심하곤 있지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장만하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절망하고 있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내 지갑, 우리의 미래는 왜 이렇게 점점 박탈, 강탈 당해버리고 있는 걸까?"
나는 지난 2월 쿠팡 배달파트너, 배달 라이더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마이너스 통장의 잔액마저 다 써버린 현실에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한 뒤, 자전거를 타고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식사주문이 늘어나는 점심, 저녁 피크타임에는 음식을 1번 배달 할 때마다 6,000원도 벌었다. 그렇게 8번을 배달하면 한 달 치 건강보험료(무주택 지역가입자)를 낼 수 있었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 대출이자도 메꿨다. 그런데 그마저도 배달수요도 줄어들고 배달단가도 낮아져 라이더들의 수익도 적어졌다. 배달을 업으로 삼고 있는 라이더들의 사정이 더 팍팍해지고 있는 거다.
음식을 배달하면서 고급아파트부터 허물어져가는 단칸방, 반지하방까지 많은 건물을 다녔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지위가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수시로 느꼈다. 그런데 동네마다 새로 짓고 있는 건물 대부분은 ‘1인 가구’를 위한 시설들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결과이겠지만, 누군들 1인 가구이고 싶어서 1인가구로 지내기만 할까?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출산율, 전쟁을 치르는 나라보다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이 국가에서는 되레 1인 생활이 장려되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출산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저출산 대책 대부분은 ‘출산’을 향해 있을 뿐, 정작 그 사전 단계인 ‘결혼’을 저해하는 요소는 놓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살 집조차 갖기 힘들어진 이 나라의 절박한 현실은 음식을 배달하는 순간에도 느껴졌다.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이 부분을 언급하며 활동하고 계신다. 그런데 말이다, 이 상황을 정말로 이해하고 공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는 것(Knowing)과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내가 처한 이 상황을, 2030세대를 비롯해 갓 태어난 아기들이 마주해야 할 이 절망적인 현실을 ‘이해’하는 ‘어른’은 거의 못 봤다. 앞선 세대 탓을 하자는 건 결코 아니다. 이 땅에는 태어나 보니 나라가 없던 세대도 있었고, 태어나보니 굶어 죽을 걱정을 하던 세대도 있었고, 태어나보니 독재와 맞서 싸워야 했던 세대도 있었다. 각자가 처한 문제들을 어떻게든 잘 해결해 온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인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두렵고 절망스럽다. 대한민국의 소멸을 테이블 위에 놓고 진지하게 논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만의 ‘노오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리사욕보다는 이미 가진 세대의 공적의식과 책임의식도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정돈되고 안정된 하루였다.”
얼마 전 누군가가 내게 무심코 건네준 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국내외적으로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논지다. 딱히 반박하기 힘들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마이너스 인생,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마이너스 인생, 더 혼란스러워질 미래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또래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장 아파트와 철거촌의 공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전셋집은, 너무 오래되어 곧 철거될 전통시장과 이 지역 최고급 아파트 사이에 놓여있다. 나는 매일같이 그 경계선을 오가며 종종 고민한다. 내 미래를 강탈하는 건 누구인가? 나 자신일까? 나와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번 달 이자 어떻게 내지? 전세계약 끝나면 어떡하지? 막막하고 갑갑한 현실이지만 심호흡 꿀꺽 삼키며 마음을 다져본다.
‘나는 1인 가정이다. 내가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길이 없다면 새 길을 뚫겠다는 각오로 견뎌내자. 이 시대와 사회가 던지는 물음들의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거침없이 도전하자’
🔎위 텍스트를 누르면 해당 에디터의 프로필을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