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정은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줘야 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최고사령관’,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령도자’, ‘조선로동당 총비서’. 2021년 북한 「로동신문」에서 김정은을 표현했던 칭호들이야. 북한은 최고지도자에게 굉장히 여러 가지 수식어를 붙여서 부르고 있어. 그렇다고 맘대로 아무거나 갖다 붙이는 건 아니야. 그때그때 사용하는 직함이 있거든. 예를 들면 김정은이 사회주의국가와 교류할 때는 당의 직책인 ‘총비서’를 사용하고, 그 외에는 국가 직책인 ‘국무위원장’을 사용하고 있어. ‘최고사령관’은 인민군의 최고수장이라는 걸 강조할 때 사용해.
2.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부른다는데, 언제부터 그랬어?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북한에서 ‘수령’이라고 하면 단연 김일성을 떠올리게 되어있어. 물론 김정일도 사후에 김정은에 의해 “위대한 수령님들”로 수령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 북한에서 ‘수령’은 직책의 의미보다 성역화된 존칭으로 사용되고 있거든. 그런데 올해 1월에 김정은을 ‘총비서’로 추대하자는 「로동신문」 보도 “추대사”에서 처음으로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표현했어. 그리고 며칠 후 한 번 더 김정은을 ‘수령’으로 확정하는 내용이 실렸지. 이후 「로동신문」은 5월의 정론과 10월의 논설을 통해 김정은을 ‘수령’으로 공언했어.(아래는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기에 문법적 차이가 있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령도자로서뿐아니라 혁명가로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풍모를 가장 숭고한 높이에서 체현하고계시는 인민적수령이십니다.” (로동신문, 2021.01.11.)
“인민의 운명을 책임진 혁명적당에 있어서 인민적수령을 수반으로 높이 모시는것은 당과 혁명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우리 원수님이시야말로 이 세상에서 인민을 제일로 사랑하시고 인민을 위해 떠안은 고생을 무상의 영광으로 여기시며 위험천만한 길도 제일 많이 걸으시는 인민의 령도자이시다” (로동신문, 2021.01.14.)
“인민의 심부름군당! 이는 위대한 수령님들을 모시듯이 우리 인민을 정히 받들어야 한다는 숭고한 인민관을 내세우시고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를 필생의 일편단심으로 간직하신 인민적수령이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만이 천명하실수 있는 고귀한 부름이다. 그것은 위대한 김정은시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격동적인 시대어이며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이끄시는 조선로동당의 참모습, 영광스러운 전투적기치이다.(중략) 인민의 심부름군당! 이는 오직 현시대의 가장 인민적수령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만이 천명하시고 빛나게 실현하실수 있다.”(로동신문, 2021.05.14.)
“혁명의 걸출한 수령이시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높이 모시여 오늘 우리 인민의 긍지와 자부심은 최절정에 이르고 있다. 주체혁명위업계승의 중대한 시기 또 한분의 위대한 수령을 진두에 모신 것은 우리 인민의 최상최대의 행운이다.(중략)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혁명의 위대한 수령으로 높이 모신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에 넘쳐있는 우리 인민은... (후략)”(로동신문 2021.10.22.)
위 인용문을 보면 ‘인민적수령’ 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지? 이건 김정은이 수령에 대해 내렸던 새로운 정의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김정은은 2019년 3월 9일에 “수령이 인민과 동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령도자”라면서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됩니다.”라고 말했었어. 그러면서 수령의 풍모를 “인민에게 멸사복무하는 인민적풍모”라고 강조했거든.
김일성과 김정일이 축지법을 쓴다는 것 같은 신화에 반하는 새로운 주장이라 당시 이에 대해 매우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었어. 김정은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는가? 김정은은 서양 유학파라 합리적인가? 김정은은 정말 인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인가? 같은 긍정적인 의문들이었지. 그런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하나 알려줄게.
북한 매체는 인민을 사랑하고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한다는 ‘수령’ 김정은의 교시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수령이 준 과업은 곧 법이다, 수령을 결사옹위해야 한다, 위대한 수령의 혁명전사된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자, 수령의 명령을 관철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등의 보도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어. 꼭 김정은만 찬양하지 않더라도 김일성-김정일을 끊임없이 추앙하면서 그러한 칭송을 이제는 김정은에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 자,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싶어?
3. ‘김정은주의’는 또 뭐야?
10월 말 국정원 국정감사 도중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정은이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말했어. 국정원도 확인한 부분이라고 하더군.
실제 북한매체에 아직 공식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표현을 쓴 보도는 없었어. 지난 5월 김정은을 “위대한 수령”으로 지칭한 정론에서 김정은의 혁명사상과 정치철학을 “진리와 승리의 대백과전서”, “현대인류지성의 최고정수”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아마 ‘김정은주의’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표방해온 ‘인민대중제일주의’나 ‘우리국가제일주의’ 같은 슬로건을 통틀어서 내부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아닐까 추측해볼 수는 있어.
일각에서는 ‘김일성주의’도 아들 김정일에 의해 정립되었고 ‘김일성-김정일주의’ 역시 손자이자 아들 김정은에 의해 탄생했는데 김정은이 생존하면서 ‘김정은주의’를 공식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해. 그렇지만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살아가는 시대도 너무 달라. 김정은이 ‘문재인정부’나 ‘트럼프케어’처럼 지도자 이름을 붙이는 ‘트렌드’에 편승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 혹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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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경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전문위원 <plant@ries.or.kr>
1. 김정은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줘야 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최고사령관’,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령도자’, ‘조선로동당 총비서’. 2021년 북한 「로동신문」에서 김정은을 표현했던 칭호들이야. 북한은 최고지도자에게 굉장히 여러 가지 수식어를 붙여서 부르고 있어. 그렇다고 맘대로 아무거나 갖다 붙이는 건 아니야. 그때그때 사용하는 직함이 있거든. 예를 들면 김정은이 사회주의국가와 교류할 때는 당의 직책인 ‘총비서’를 사용하고, 그 외에는 국가 직책인 ‘국무위원장’을 사용하고 있어. ‘최고사령관’은 인민군의 최고수장이라는 걸 강조할 때 사용해.
2.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부른다는데, 언제부터 그랬어?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북한에서 ‘수령’이라고 하면 단연 김일성을 떠올리게 되어있어. 물론 김정일도 사후에 김정은에 의해 “위대한 수령님들”로 수령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 북한에서 ‘수령’은 직책의 의미보다 성역화된 존칭으로 사용되고 있거든. 그런데 올해 1월에 김정은을 ‘총비서’로 추대하자는 「로동신문」 보도 “추대사”에서 처음으로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표현했어. 그리고 며칠 후 한 번 더 김정은을 ‘수령’으로 확정하는 내용이 실렸지. 이후 「로동신문」은 5월의 정론과 10월의 논설을 통해 김정은을 ‘수령’으로 공언했어.(아래는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기에 문법적 차이가 있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령도자로서뿐아니라 혁명가로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풍모를 가장 숭고한 높이에서 체현하고계시는 인민적수령이십니다.” (로동신문, 2021.01.11.)
“인민의 운명을 책임진 혁명적당에 있어서 인민적수령을 수반으로 높이 모시는것은 당과 혁명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우리 원수님이시야말로 이 세상에서 인민을 제일로 사랑하시고 인민을 위해 떠안은 고생을 무상의 영광으로 여기시며 위험천만한 길도 제일 많이 걸으시는 인민의 령도자이시다” (로동신문, 2021.01.14.)
“인민의 심부름군당! 이는 위대한 수령님들을 모시듯이 우리 인민을 정히 받들어야 한다는 숭고한 인민관을 내세우시고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를 필생의 일편단심으로 간직하신 인민적수령이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만이 천명하실수 있는 고귀한 부름이다. 그것은 위대한 김정은시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격동적인 시대어이며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이끄시는 조선로동당의 참모습, 영광스러운 전투적기치이다.(중략) 인민의 심부름군당! 이는 오직 현시대의 가장 인민적수령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만이 천명하시고 빛나게 실현하실수 있다.”(로동신문, 2021.05.14.)
“혁명의 걸출한 수령이시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높이 모시여 오늘 우리 인민의 긍지와 자부심은 최절정에 이르고 있다. 주체혁명위업계승의 중대한 시기 또 한분의 위대한 수령을 진두에 모신 것은 우리 인민의 최상최대의 행운이다.(중략)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혁명의 위대한 수령으로 높이 모신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에 넘쳐있는 우리 인민은... (후략)”(로동신문 2021.10.22.)
위 인용문을 보면 ‘인민적수령’ 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지? 이건 김정은이 수령에 대해 내렸던 새로운 정의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김정은은 2019년 3월 9일에 “수령이 인민과 동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령도자”라면서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됩니다.”라고 말했었어. 그러면서 수령의 풍모를 “인민에게 멸사복무하는 인민적풍모”라고 강조했거든.
김일성과 김정일이 축지법을 쓴다는 것 같은 신화에 반하는 새로운 주장이라 당시 이에 대해 매우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었어. 김정은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는가? 김정은은 서양 유학파라 합리적인가? 김정은은 정말 인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인가? 같은 긍정적인 의문들이었지. 그런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하나 알려줄게.
북한 매체는 인민을 사랑하고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한다는 ‘수령’ 김정은의 교시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수령이 준 과업은 곧 법이다, 수령을 결사옹위해야 한다, 위대한 수령의 혁명전사된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자, 수령의 명령을 관철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등의 보도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어. 꼭 김정은만 찬양하지 않더라도 김일성-김정일을 끊임없이 추앙하면서 그러한 칭송을 이제는 김정은에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 자,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싶어?
3. ‘김정은주의’는 또 뭐야?
10월 말 국정원 국정감사 도중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정은이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말했어. 국정원도 확인한 부분이라고 하더군.
실제 북한매체에 아직 공식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표현을 쓴 보도는 없었어. 지난 5월 김정은을 “위대한 수령”으로 지칭한 정론에서 김정은의 혁명사상과 정치철학을 “진리와 승리의 대백과전서”, “현대인류지성의 최고정수”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아마 ‘김정은주의’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표방해온 ‘인민대중제일주의’나 ‘우리국가제일주의’ 같은 슬로건을 통틀어서 내부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아닐까 추측해볼 수는 있어.
일각에서는 ‘김일성주의’도 아들 김정일에 의해 정립되었고 ‘김일성-김정일주의’ 역시 손자이자 아들 김정은에 의해 탄생했는데 김정은이 생존하면서 ‘김정은주의’를 공식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해. 그렇지만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살아가는 시대도 너무 달라. 김정은이 ‘문재인정부’나 ‘트럼프케어’처럼 지도자 이름을 붙이는 ‘트렌드’에 편승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 혹시 알아?
*본지의 내용과 관련하여 추가 자료 제공이나 의견 개진을 원하시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윤현경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전문위원 <plant@rie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