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닭’, ‘치느님’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맛에 반한 ‘한국 치킨’. 여러분은 최근에 치킨을 먹은 지 얼마나 됐어? 아마 예상하기로는 한 달에 한 번씩은 먹지 않았을까 싶어.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2019년 기준)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5.76kg으로 소고기(약 13kg)보다 많아. 마리로 치면 10마리에 달해. 그만큼 치킨은 누구나 즐겨 먹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았지.
그런데 최근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국 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입장”이라며 닭이 커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어. 게다가 “부자는 치킨을 안 먹으며, 음식에 계급이 있다”는 이른바 ‘치킨계급론’을 주장하기도 했지. 황씨가 말한대로 한국 치킨은 정말 맛이 없을까? 오늘은 이에 대해 한 번 알아볼게.
1.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다고?
우선 황씨가 주장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한국 닭’은 어느 정도 사실이야. 특히, 정부 입장이라는 근거로 정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를 인용했거든. 국립축산과학원의 최희철 연구관은 [월간양계(2015.02)]에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라는 글을 기고했어.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닭고기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1.5kg 정도의 소형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
그리고 농촌진흥청은 2016년 11월에 발행한 [농업경영관리 18 육계 경영관리]의 ‘대형 육계로의 방향 모색’에서 이렇게 밝혔지.
“국내 닭고기 시장은 1.5kg의 소형 닭 위주로 생산되는 것에 비해, 일본 2.7kg, 중국 2.5kg, 미국 2.1kg으로 소비자의 수요충족과 수출 확대 추진에 한계…”
여기까지만 보면 황씨의 주장은 사실인 것 같지? 이제 팩트를 체크해보자. 우선 황씨가 인용한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촌진흥청의 자료는 국내 양계업계가 대부분 ‘소형 육계’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기에 ‘대형 육계’ 생산의 장점을 언급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어. 이 자료들이 나온 당시 농촌진흥청은 닭가슴살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브라질산 등의 부분육 수입이 늘자 국내에서 직접 부분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 육계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 대형 육계를 생산하면 부분육 생산량이 증가하고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수입 수요를 대체하고, 주요 닭고기 소비국으로 수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논리야. 또한, 육계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영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그렇기에 3kg의 대형 육계를 주로 이용하는 곳은 닭가슴살이나 닭봉과 같은 ‘부분육’ 시장이나 소시지, 통조림 등의 ‘가공육’ 업체야. 부분육이 아닌 ‘한 마리가 통째로 제공’되는 치킨이나 삼계탕과 같은 음식과는 육계의 용도가 다른 거지. 그럼 큰 닭으로도 통째로 튀겨서 제공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국내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임원은 “크기가 큰 닭은 식감이 쫄깃하지만 질기다는 인식도 있다”며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10~30대들이 주로 선호하는 치킨이나 통닭 메뉴는 소형 육계를 요리해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실제로 외국의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1.5kg 내외의 육계를 사용한다고 하지. ‘1인1닭’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도 문제야.
2. 작은 닭은 큰 닭보다 맛이 없다고?
‘3kg 내외의 큰 닭이 1.5kg 닭에 비해 맛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경영관리] 책자라고 해. 이 책에서는 닭 크기와 맛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아래와 같이 소개했어.
“감칠맛이 나는 핵산물질 이노신산 함량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다. 이외에도 쫄깃함을 느끼게 하는 전단력,
소비자가 좋아하는 황색소 등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다”
국립축산과학원이 펴낸 [사육일력이 육계의 가슴 및 다리살의 아미노산·지방산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는 황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도 있지만 반대되는 내용도 있어.
"식육에서 아미노산은 육제품의 향미를 좋게 하고, 육 표면을 보기 좋은 갈색으로 변화시키는 역할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기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아미노산뿐 아니라 핵산물질, 유기산, 당, 젖산 등도 관여하게 된다"며 "(가슴육의 경우) 필수 아미노산으로 분류되는 메티오닌은 사육 일령이 늘수록 높은 함량을 나타내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류신은 사육 일령이 경과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뉴스톱에서 황씨의 발언과 그 근거가 되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검증한 결과, 인용한 자료들의 근원이 되는 첫 연구 논문([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국립축산과학원)])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어.
연구를 제쳐두고서라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닭고기의 맛이 요리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해.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육계 크기에 따른 맛의 차이는 워낙 개인차가 커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어. 김태경 건국대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또한 “실험실에서 생닭을 먹는 것도 아닌데 닭고기 성분에 따른 맛 차이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겠나. 조리법에 따라 적절한 크기의 닭을 선택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지.
3. 그러면 결국 어떻게 하자는 건데?
결국, 황씨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육계’의 크기를 키우자는 거야. 사실 우리는 큰 닭으로 만든 치킨을 먹어본 경험이 없지. 진짜 작은 닭이 큰 닭보다 맛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해. 이른바 ‘영계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속고 있다는 거야. 작은 닭만 연하고 맛있다는 건 ‘업계’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거지.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어. ‘맛’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잖아? 누구는 맛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누구는 맛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단순히 ‘치킨은 작은 닭이라 맛이 없다’라고 단정해버리니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킨 거야.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은 생닭에 염지하고 기름에 튀긴 후 갖가지의 양념을 입힌 음식이야. 그런데 단순히 ‘생닭’만을 가지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거지.
한국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닭가슴살 등 부분육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형 육계의 생산성도 같이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소비 관행’ 역시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야. 그렇다면 언젠간 우리도 큰 닭으로 만들어진 치킨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지 않을까?
※ 본 콘텐츠와 관련하여 의견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경우 이메일(media@riesplant.com)로 문의 바랍니다.
‘1인 1닭’, ‘치느님’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맛에 반한 ‘한국 치킨’. 여러분은 최근에 치킨을 먹은 지 얼마나 됐어? 아마 예상하기로는 한 달에 한 번씩은 먹지 않았을까 싶어.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2019년 기준)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5.76kg으로 소고기(약 13kg)보다 많아. 마리로 치면 10마리에 달해. 그만큼 치킨은 누구나 즐겨 먹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았지.
그런데 최근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국 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입장”이라며 닭이 커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어. 게다가 “부자는 치킨을 안 먹으며, 음식에 계급이 있다”는 이른바 ‘치킨계급론’을 주장하기도 했지. 황씨가 말한대로 한국 치킨은 정말 맛이 없을까? 오늘은 이에 대해 한 번 알아볼게.
1.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다고?
우선 황씨가 주장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한국 닭’은 어느 정도 사실이야. 특히, 정부 입장이라는 근거로 정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를 인용했거든. 국립축산과학원의 최희철 연구관은 [월간양계(2015.02)]에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라는 글을 기고했어.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닭고기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1.5kg 정도의 소형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
그리고 농촌진흥청은 2016년 11월에 발행한 [농업경영관리 18 육계 경영관리]의 ‘대형 육계로의 방향 모색’에서 이렇게 밝혔지.
“국내 닭고기 시장은 1.5kg의 소형 닭 위주로 생산되는 것에 비해, 일본 2.7kg, 중국 2.5kg, 미국 2.1kg으로 소비자의 수요충족과 수출 확대 추진에 한계…”
여기까지만 보면 황씨의 주장은 사실인 것 같지? 이제 팩트를 체크해보자. 우선 황씨가 인용한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촌진흥청의 자료는 국내 양계업계가 대부분 ‘소형 육계’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기에 ‘대형 육계’ 생산의 장점을 언급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어. 이 자료들이 나온 당시 농촌진흥청은 닭가슴살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브라질산 등의 부분육 수입이 늘자 국내에서 직접 부분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 육계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 대형 육계를 생산하면 부분육 생산량이 증가하고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수입 수요를 대체하고, 주요 닭고기 소비국으로 수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논리야. 또한, 육계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영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그렇기에 3kg의 대형 육계를 주로 이용하는 곳은 닭가슴살이나 닭봉과 같은 ‘부분육’ 시장이나 소시지, 통조림 등의 ‘가공육’ 업체야. 부분육이 아닌 ‘한 마리가 통째로 제공’되는 치킨이나 삼계탕과 같은 음식과는 육계의 용도가 다른 거지. 그럼 큰 닭으로도 통째로 튀겨서 제공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국내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임원은 “크기가 큰 닭은 식감이 쫄깃하지만 질기다는 인식도 있다”며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10~30대들이 주로 선호하는 치킨이나 통닭 메뉴는 소형 육계를 요리해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실제로 외국의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1.5kg 내외의 육계를 사용한다고 하지. ‘1인1닭’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도 문제야.
2. 작은 닭은 큰 닭보다 맛이 없다고?
‘3kg 내외의 큰 닭이 1.5kg 닭에 비해 맛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경영관리] 책자라고 해. 이 책에서는 닭 크기와 맛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아래와 같이 소개했어.
“감칠맛이 나는 핵산물질 이노신산 함량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다. 이외에도 쫄깃함을 느끼게 하는 전단력,
소비자가 좋아하는 황색소 등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다”
국립축산과학원이 펴낸 [사육일력이 육계의 가슴 및 다리살의 아미노산·지방산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는 황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도 있지만 반대되는 내용도 있어.
"식육에서 아미노산은 육제품의 향미를 좋게 하고, 육 표면을 보기 좋은 갈색으로 변화시키는 역할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기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아미노산뿐 아니라 핵산물질, 유기산, 당, 젖산 등도 관여하게 된다"며 "(가슴육의 경우) 필수 아미노산으로 분류되는 메티오닌은 사육 일령이 늘수록 높은 함량을 나타내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류신은 사육 일령이 경과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뉴스톱에서 황씨의 발언과 그 근거가 되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검증한 결과, 인용한 자료들의 근원이 되는 첫 연구 논문([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국립축산과학원)])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어.
연구를 제쳐두고서라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닭고기의 맛이 요리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해.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육계 크기에 따른 맛의 차이는 워낙 개인차가 커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어. 김태경 건국대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또한 “실험실에서 생닭을 먹는 것도 아닌데 닭고기 성분에 따른 맛 차이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겠나. 조리법에 따라 적절한 크기의 닭을 선택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지.
3. 그러면 결국 어떻게 하자는 건데?
결국, 황씨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육계’의 크기를 키우자는 거야. 사실 우리는 큰 닭으로 만든 치킨을 먹어본 경험이 없지. 진짜 작은 닭이 큰 닭보다 맛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해. 이른바 ‘영계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속고 있다는 거야. 작은 닭만 연하고 맛있다는 건 ‘업계’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거지.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어. ‘맛’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잖아? 누구는 맛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누구는 맛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단순히 ‘치킨은 작은 닭이라 맛이 없다’라고 단정해버리니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킨 거야.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은 생닭에 염지하고 기름에 튀긴 후 갖가지의 양념을 입힌 음식이야. 그런데 단순히 ‘생닭’만을 가지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거지.
한국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닭가슴살 등 부분육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형 육계의 생산성도 같이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소비 관행’ 역시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야. 그렇다면 언젠간 우리도 큰 닭으로 만들어진 치킨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지 않을까?
※ 본 콘텐츠와 관련하여 의견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경우 이메일(media@riesplant.com)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