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 여전히 통일을 말하는 남과 북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가 「7.4 남북공동성명」 50주년을 맞는 해로, 평화와 번영, 통일이 온 겨레의 염원이라고 말했어.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지. 한편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작년 말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2022년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면서 남북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할 원칙과 전술적 방향을 제시했어.
김정은의 입을 통하지는 않았지만 1월 6일 「로동신문」은 ‘남북삼천리’, ‘통일조국’, ‘통일강국’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편지 형식의 기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대하는 당의 관점을 밝혔어. 표현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 그런데 왜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2. ‘통일’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
‘통일’ 개념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서 어려운 거야. 드러난 낱말만 봐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야. 남북한이 말하는 통일의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은 통일을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계 아래로 모이게 함”으로 설명하고 있어. 잘 와닿지 않지? 그럼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통일교육원의 교재를 한번 보자. 여기서는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1)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2) 국토의 통일, 3) 체제의 단일화, 4) 경제권의 통합, 5) 하나의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러한 틀 안에서 여러 가치가 고려되는데 그 중 중요한 게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인권 등이야.
자, 그럼 북한은 어떨까?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통일을 “(나라나 민족, 조직체 등이) 하나의 사상과 중심에 기초하여 굳게 뭉치는 것”이라고 정의했어. 한국 사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 하지만 ‘하나의 사상’이라는 표현은 북한의 주체사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김일성-김정은주의까지 연결되는 자신들의 사상으로 뭉쳐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여전히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을 의미하는 거야. 믿어지지 않는다고?
3. 서울에서 김정은을 숭배하는 편지를 보냈다니
1월 6일 「로동신문」은 “찬란한 향도의 태양이시며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신 경애하는 김정은국무위원장님께 삼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어. 이 기사는 앞서 이야기한 ‘통일’을 언급한 편지 형식의 기사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새해 인사이자 극대화된 칭송이 가득한 내용이지. 김정은의 업적이라고 하는 내용을 줄줄 나열하면서 얼마나 김정은이 위대한 인물인지 강조하고 있어. 그런데 충격적인 내용이 있어.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북녘에서만은 국민의 생명안전이 굳건히 지켜지고 행복넘친 민중의 노래소리, 기쁨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퍼져 우리 남녘민중과 세인들의 한없는 동경과 부러움을 자아내고있습니다.”라는 문구, 한국인이 쓴 글인 것처럼 보이지?
이 편지기사 하단을 보면 ‘반제민족민주전선’이라는 단체가 이 편지를 쓰고, 2022년 1월 1일 ‘서울’에서 보냈다고 되어있어. 「로동신문」은 이런 식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마치 한국에서도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와 제도를 추앙하고 칭송하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끊임없이 속이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게 왜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고? 북한에서 주장하는 통일 담론을 마치 서울에 사는 한국 국민의 생각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잖아. 아래 문구를 보여줄테니 내용을 읽고, 플랜터들이 판단해봐.
“우리들은 온 남녘땅에 경애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만을 굳게 믿고 따르는 충성의 향일화들이 수을 이루게 하며 (중략) 국무위원장님께서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제5차회의에서 천명하신 자주적이고 공명정대한 조국통일원칙과 립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적극 투쟁해나가겠습니다.”
“특히 민족자주, 반미반전, 평화수호를 위한 투쟁에 보다 박차를 가하며 사대와 외세의존, 동족대결과 북침전쟁소동을 일삼으며 민의에 역행해나서는 온갖 반민족적, 반통일적, 반민중적행태들을 짓부시기 위한 범국민적투쟁을 강력히 전개해나가겠습니다.”
“경애하는 국무위원장님의 탁월한 령도가 있어 온 민족이 하나되여 무궁복락할 통일조국의 새아침은 반드시 밝아오게 될것이라고 우리는 굳게 확신합니다.”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조선의 무궁번영을 위하여, 온 겨레가 함께 모여 복락을 누려갈 통일강국의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민족의 찬란한 태양이시며 희세의 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김정은국무위원장님께서 부디 건강하시옵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4. ‘통일’ 개념부터 통일하자
2022년 대선이 있지? 새로운 정부는 ‘통일’ 개념부터 통일하는 작업에 집중하면 좋겠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낱말이 같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건 정말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해. 통일을 위해 대화한다면, ‘통일’의 개념부터 함께 만들고, 합의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통일 담론에서 벗어나 본질부터 새롭게 파헤치면 좋겠어.
*본지의 내용과 관련하여 의견 개진을 원하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해줘.
윤현경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전문위원 plant@ries.or.kr
1. 2022년, 여전히 통일을 말하는 남과 북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가 「7.4 남북공동성명」 50주년을 맞는 해로, 평화와 번영, 통일이 온 겨레의 염원이라고 말했어.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지. 한편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작년 말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2022년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면서 남북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할 원칙과 전술적 방향을 제시했어.
김정은의 입을 통하지는 않았지만 1월 6일 「로동신문」은 ‘남북삼천리’, ‘통일조국’, ‘통일강국’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편지 형식의 기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대하는 당의 관점을 밝혔어. 표현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 그런데 왜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2. ‘통일’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
‘통일’ 개념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서 어려운 거야. 드러난 낱말만 봐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야. 남북한이 말하는 통일의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은 통일을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계 아래로 모이게 함”으로 설명하고 있어. 잘 와닿지 않지? 그럼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통일교육원의 교재를 한번 보자. 여기서는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1)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2) 국토의 통일, 3) 체제의 단일화, 4) 경제권의 통합, 5) 하나의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러한 틀 안에서 여러 가치가 고려되는데 그 중 중요한 게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인권 등이야.
자, 그럼 북한은 어떨까?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통일을 “(나라나 민족, 조직체 등이) 하나의 사상과 중심에 기초하여 굳게 뭉치는 것”이라고 정의했어. 한국 사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 하지만 ‘하나의 사상’이라는 표현은 북한의 주체사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김일성-김정은주의까지 연결되는 자신들의 사상으로 뭉쳐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여전히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을 의미하는 거야. 믿어지지 않는다고?
3. 서울에서 김정은을 숭배하는 편지를 보냈다니
1월 6일 「로동신문」은 “찬란한 향도의 태양이시며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신 경애하는 김정은국무위원장님께 삼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어. 이 기사는 앞서 이야기한 ‘통일’을 언급한 편지 형식의 기사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새해 인사이자 극대화된 칭송이 가득한 내용이지. 김정은의 업적이라고 하는 내용을 줄줄 나열하면서 얼마나 김정은이 위대한 인물인지 강조하고 있어. 그런데 충격적인 내용이 있어.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북녘에서만은 국민의 생명안전이 굳건히 지켜지고 행복넘친 민중의 노래소리, 기쁨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퍼져 우리 남녘민중과 세인들의 한없는 동경과 부러움을 자아내고있습니다.”라는 문구, 한국인이 쓴 글인 것처럼 보이지?
이 편지기사 하단을 보면 ‘반제민족민주전선’이라는 단체가 이 편지를 쓰고, 2022년 1월 1일 ‘서울’에서 보냈다고 되어있어. 「로동신문」은 이런 식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마치 한국에서도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와 제도를 추앙하고 칭송하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끊임없이 속이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게 왜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고? 북한에서 주장하는 통일 담론을 마치 서울에 사는 한국 국민의 생각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잖아. 아래 문구를 보여줄테니 내용을 읽고, 플랜터들이 판단해봐.
“우리들은 온 남녘땅에 경애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만을 굳게 믿고 따르는 충성의 향일화들이 수을 이루게 하며 (중략) 국무위원장님께서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제5차회의에서 천명하신 자주적이고 공명정대한 조국통일원칙과 립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적극 투쟁해나가겠습니다.”
“특히 민족자주, 반미반전, 평화수호를 위한 투쟁에 보다 박차를 가하며 사대와 외세의존, 동족대결과 북침전쟁소동을 일삼으며 민의에 역행해나서는 온갖 반민족적, 반통일적, 반민중적행태들을 짓부시기 위한 범국민적투쟁을 강력히 전개해나가겠습니다.”
“경애하는 국무위원장님의 탁월한 령도가 있어 온 민족이 하나되여 무궁복락할 통일조국의 새아침은 반드시 밝아오게 될것이라고 우리는 굳게 확신합니다.”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조선의 무궁번영을 위하여, 온 겨레가 함께 모여 복락을 누려갈 통일강국의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민족의 찬란한 태양이시며 희세의 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김정은국무위원장님께서 부디 건강하시옵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4. ‘통일’ 개념부터 통일하자
2022년 대선이 있지? 새로운 정부는 ‘통일’ 개념부터 통일하는 작업에 집중하면 좋겠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낱말이 같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건 정말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해. 통일을 위해 대화한다면, ‘통일’의 개념부터 함께 만들고, 합의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통일 담론에서 벗어나 본질부터 새롭게 파헤치면 좋겠어.
*본지의 내용과 관련하여 의견 개진을 원하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해줘.
윤현경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전문위원 plant@rie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