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3월 2일 기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대륙에 걸쳐 9만명 감염자, 3000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어몬드가 언급한 인류 문명 성쇠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전염병의 위력을 필자도 실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고 계절성 독감보다 치사율이 높다. 우리가 우려했던 100년에 한번 나올 법한 그 병원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코로나19가 테크놀러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격’과 ‘모멘텀’으로 나눠 정리하고자 한다. 이 전염병이 문명의 성쇠를 만드는 분기점이라면, 충격은 방어하되 모멘텀은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1. 테크 산업에 준 충격
테크놀러지 업계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월 2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가동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느리다” 면서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PC 생산이 원활치 않자, PC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윈도’)의 매출도 부진한 것이다. 애플도 2월 17일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 물량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애플은 “아이폰 제조 공장들은 우베이성(성도 우한) 밖에 있고 모든 시설이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상화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2’뿐만 아니라 신형 ‘아이폰12’의 출시도 미뤄질 수 있다. ‘흐르는 물’처럼 잘 연결된 세상이라고 믿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삐꺽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29일 예정됐던 베트남 하노이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내 삼성전자의 막강한 영향력도 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1억7000만대의 모바일 제품을 생산하며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설 공장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당초 올 1분기 내 수율 개선 작업을 마치고 공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한국 엔지니어들의 출장이 어려워 속도를 못내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도 주식을 대거 팔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감추지 않았다. 애플 주식은 약 보름전 327달러에서 273.36달러로, 알파벳 주식은 1517달러에서 1339.25달러로, 페이스북은 217달러에서 192.47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87달러에서 162달러로 내려앉았다.
각종 전시회·박람회의 잇딴 취소와 연기로 테크놀러지 업계는 더욱 움츠려들었다. 매년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의 전격 취소는 그 시작이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가 취소된 것은 3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화웨이의 타격은 더 컸다. 화웨이는 이 행사에서 최대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며 MWC를 유럽 진군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페이스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었던 ‘글로벌 마케팅 서밋’와 ‘F8 개발자콘퍼런스’를 취소했다. F8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기조연설을 하는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올 3월 예정됐던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도 여름으로 연기됐다. GDC 개최를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페이스북, 유니티, 아마존, 일렉트로닉아츠,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이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 테크 산업의 모멘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의외로 이익을 누리는 테크 기업들도 있다. 월가는 이런 기업들을 ‘방콕(Stay at home)’ 주식이라고 부른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넷플릭스’와 인터넷 기반 영상에 최적화한 TV 단말기 회사 ‘로쿠(Roku)’, 미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도어대시(DoorDash)’, 온라인 장보기 업체 ‘인스타카트(Instarcart)’ , 가정용 운동기구 스타트업 ‘펠로톤 인터랙티브(Peloton Interactive)’,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게임회사 등이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급성장의 기회를 얻었다.
필자가 눈여겨 보는 다른 기회들도 있다. 각종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 기술의 발달과 대면 접촉 및 집회에 대한 회피 심리에 발맞춰 원격 근무(tele-working), 원격 진료(tele-treatment), 원격 교육(tele-schooling), 원격 회의(tele-conference), 원격 감시(telesurveillance)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문화 변화를 동반해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
실제로 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화상 회의 스타트업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하락장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기업용 메신저 ‘슬랙’, ‘행 아웃’ 등도 보다 광범위하게 쓰일 전망이다. 최근 한국 기업이 만든 ‘잔디’ ‘스윗’에 대한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솔루션이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 중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하면, 원격지 근무자들은 더욱 생생하게 대화를 나누고 협업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원격 감시 기술을 날로 발전시키는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의 센스타임(SenseTime)은 지하철 역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식별해 공안에게 전달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센스타임은 중국 선전시의 CCTV 업체 선넬(Sunell)에 이 기술을 판매했다. 인권침해 등의 논란보다 일사천리식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공산 국가인 중국은 CCTV와 안면 인식 기술을 결합해 손쉬운 원격 감시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 ‘세계 경기 침체 X 기술의 발전’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사스 사태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3%로 커졌다. 제조 분야의 중국 영향력은 더 커졌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중 중국 내 생산 비중이 지난 2003년 7.3%에서 2018년 29.2%로 늘었다. 중국발 감염증이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하나를 더 꼽는다.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2003년만 해도 아이폰이 없었고 페이스북, 트위터도 없었다. 2020년에는 5세대 이동통신망이 급속도로 깔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원격 근무가 보다 쉬워졌다. 인간이 아닌 로봇을 투입하는 공장도 많아졌다. ‘세계 경기 침체 X 기술의 발전’이라는 새 조합이 가져올 세상에 대한 심도있는 탐구와 의제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을 ‘충격의 관점’에서만 보면, 세상은 뒤숭숭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아직은 여유를 찾기 힘들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가라앉고 나면 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동력(모멘텀)으로 쓰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필자는 제안한다.
한국 사회란, 서울에만 약 1000만명이 모여 살고 ‘안면’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했다. 세종시에 정부 청사가 있고 정부 기관들이 흩어져 있지만, 공무원과 준공무원들은 하루에도 2,3번씩 KTX를 타며 서울에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이런 비효율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의사협회·약사협회들이 오랫동안 반대해온 원격 진료, 의약품 온라인 배송도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온 사회가 배우고 있다. 또 대학들은 개강을 2주로 미루고 또 개강한 첫 2주는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원격 교육 시대가 필수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떼우식 식 인터넷 수업이 아닌, 학습 효과가 좋으면서도 사교육을 줄이는 인터넷 수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10년째 애플을 이끄는 ‘조용한 혁명가' 팀 쿡 CEO의 간명한 사명이 떠오른다.
“내가 왔을 때보다는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자.”
온 사회의 수고와 희생이 끝난 후 우리 사회가 바이러스가 창궐 했을 때보다는 더 나은 곳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악습을 없애면서도 보다 인간친화적이며 회복탄력성이 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 테크놀러지를 지혜롭게 쓰는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3월 2일 기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대륙에 걸쳐 9만명 감염자, 3000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어몬드가 언급한 인류 문명 성쇠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전염병의 위력을 필자도 실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고 계절성 독감보다 치사율이 높다. 우리가 우려했던 100년에 한번 나올 법한 그 병원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코로나19가 테크놀러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격’과 ‘모멘텀’으로 나눠 정리하고자 한다. 이 전염병이 문명의 성쇠를 만드는 분기점이라면, 충격은 방어하되 모멘텀은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1. 테크 산업에 준 충격
테크놀러지 업계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월 2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가동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느리다” 면서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PC 생산이 원활치 않자, PC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윈도’)의 매출도 부진한 것이다. 애플도 2월 17일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 물량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애플은 “아이폰 제조 공장들은 우베이성(성도 우한) 밖에 있고 모든 시설이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상화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2’뿐만 아니라 신형 ‘아이폰12’의 출시도 미뤄질 수 있다. ‘흐르는 물’처럼 잘 연결된 세상이라고 믿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삐꺽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29일 예정됐던 베트남 하노이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내 삼성전자의 막강한 영향력도 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1억7000만대의 모바일 제품을 생산하며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설 공장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당초 올 1분기 내 수율 개선 작업을 마치고 공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한국 엔지니어들의 출장이 어려워 속도를 못내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도 주식을 대거 팔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감추지 않았다. 애플 주식은 약 보름전 327달러에서 273.36달러로, 알파벳 주식은 1517달러에서 1339.25달러로, 페이스북은 217달러에서 192.47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87달러에서 162달러로 내려앉았다.
각종 전시회·박람회의 잇딴 취소와 연기로 테크놀러지 업계는 더욱 움츠려들었다. 매년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의 전격 취소는 그 시작이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가 취소된 것은 3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화웨이의 타격은 더 컸다. 화웨이는 이 행사에서 최대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며 MWC를 유럽 진군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페이스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었던 ‘글로벌 마케팅 서밋’와 ‘F8 개발자콘퍼런스’를 취소했다. F8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기조연설을 하는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올 3월 예정됐던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도 여름으로 연기됐다. GDC 개최를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페이스북, 유니티, 아마존, 일렉트로닉아츠,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이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 테크 산업의 모멘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의외로 이익을 누리는 테크 기업들도 있다. 월가는 이런 기업들을 ‘방콕(Stay at home)’ 주식이라고 부른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넷플릭스’와 인터넷 기반 영상에 최적화한 TV 단말기 회사 ‘로쿠(Roku)’, 미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도어대시(DoorDash)’, 온라인 장보기 업체 ‘인스타카트(Instarcart)’ , 가정용 운동기구 스타트업 ‘펠로톤 인터랙티브(Peloton Interactive)’,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게임회사 등이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급성장의 기회를 얻었다.
필자가 눈여겨 보는 다른 기회들도 있다. 각종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 기술의 발달과 대면 접촉 및 집회에 대한 회피 심리에 발맞춰 원격 근무(tele-working), 원격 진료(tele-treatment), 원격 교육(tele-schooling), 원격 회의(tele-conference), 원격 감시(telesurveillance)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문화 변화를 동반해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
실제로 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화상 회의 스타트업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하락장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기업용 메신저 ‘슬랙’, ‘행 아웃’ 등도 보다 광범위하게 쓰일 전망이다. 최근 한국 기업이 만든 ‘잔디’ ‘스윗’에 대한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솔루션이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 중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하면, 원격지 근무자들은 더욱 생생하게 대화를 나누고 협업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원격 감시 기술을 날로 발전시키는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의 센스타임(SenseTime)은 지하철 역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식별해 공안에게 전달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센스타임은 중국 선전시의 CCTV 업체 선넬(Sunell)에 이 기술을 판매했다. 인권침해 등의 논란보다 일사천리식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공산 국가인 중국은 CCTV와 안면 인식 기술을 결합해 손쉬운 원격 감시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 ‘세계 경기 침체 X 기술의 발전’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사스 사태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3%로 커졌다. 제조 분야의 중국 영향력은 더 커졌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중 중국 내 생산 비중이 지난 2003년 7.3%에서 2018년 29.2%로 늘었다. 중국발 감염증이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하나를 더 꼽는다.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2003년만 해도 아이폰이 없었고 페이스북, 트위터도 없었다. 2020년에는 5세대 이동통신망이 급속도로 깔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원격 근무가 보다 쉬워졌다. 인간이 아닌 로봇을 투입하는 공장도 많아졌다. ‘세계 경기 침체 X 기술의 발전’이라는 새 조합이 가져올 세상에 대한 심도있는 탐구와 의제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을 ‘충격의 관점’에서만 보면, 세상은 뒤숭숭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아직은 여유를 찾기 힘들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가라앉고 나면 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동력(모멘텀)으로 쓰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필자는 제안한다.
한국 사회란, 서울에만 약 1000만명이 모여 살고 ‘안면’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했다. 세종시에 정부 청사가 있고 정부 기관들이 흩어져 있지만, 공무원과 준공무원들은 하루에도 2,3번씩 KTX를 타며 서울에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이런 비효율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의사협회·약사협회들이 오랫동안 반대해온 원격 진료, 의약품 온라인 배송도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온 사회가 배우고 있다. 또 대학들은 개강을 2주로 미루고 또 개강한 첫 2주는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원격 교육 시대가 필수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떼우식 식 인터넷 수업이 아닌, 학습 효과가 좋으면서도 사교육을 줄이는 인터넷 수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10년째 애플을 이끄는 ‘조용한 혁명가' 팀 쿡 CEO의 간명한 사명이 떠오른다.
“내가 왔을 때보다는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자.”
온 사회의 수고와 희생이 끝난 후 우리 사회가 바이러스가 창궐 했을 때보다는 더 나은 곳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악습을 없애면서도 보다 인간친화적이며 회복탄력성이 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 테크놀러지를 지혜롭게 쓰는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