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만 18년이 되는 해이다. 50년간 인구문제에 공들여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리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고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만 64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6.6%로 인구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2070년까지 포기하지 말고 약 50년 동안 공을 들여보자. 인구회복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 2006년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남긴 경고이다. 17년이 지난 올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콜먼 교수는 이 무시무시한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라는 불명예가 지속되고, 초고령사회의 문턱까지 와있는 지금 우리에게 이 지적은 아프면서도 상당한 위기감으로 다가와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방소멸, 국가소멸과 같은 공포스러운 단어에도 이제 크게 놀라는 사람들이 없다. 지방의 대학들이 문을 닫고, 매년 군 병력이 줄어든다는 언론 기사는 쏟아지지만, 저출산 해결이 국가 최우선 과제라는 느낌도 받을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저출산 현상은 이미 대세가 되었으니,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저출산 ‘극복’ 중심의 정책에서 ‘적응’ 중심의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환의 기저에는 “그동안 해볼 만큼 해봤지만, 저출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듯하다. 그러한 인식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2005년 9월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하였고, 4년마다 인구정책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수립되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모든 부처가 나서서 계획안을 제출하고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쏟아부은 예산만 무려 280조이다. 그런데도 2000년대 초반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이래 합계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속하게 감소해 0.78명까지 추락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허탈할 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저출산 정책은 다 나온 것처럼 정책의 빈곤마저 느껴진다. 국가가 합계출산율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출산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직접 지원이 중심을 이루었던 1차에서 3차까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부터 사람 중심의 정책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입힌 4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그동안 해볼 만큼 해봤지만 저출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는 인식에 두 가지 반론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저출산 정책에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이 맞을까? 저출산 극복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도 지금의 결과가 있기까지 5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독일은 ‘독립적이며 정당 정치를 초월한다’는 기본 원칙을 걸고 지난 1973년부터 50년간 인구 관련 연구와 제언하고 있는 상시조직인 독일 연방 인구연구소(BiB)를 두고 있다. 통일 이후 합계출산율이 1.24명(1994년)까지 떨어지면서 ‘멸종하는 민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은 2021년 기준 1.58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출산 억제의 기조를 유지하다가 저출산 현상이 시작되자 200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하였다. 인구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하여야 함에도 우리의 대책은 단기적 시각에서 사후적인 대응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난 50년간 해당 시점에서의 중요한 과제를 중심으로 한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성급한 목표는 2015년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드러나는데, 3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합계출산율 목표는 1.5명으로 설정하고 2030년에는 1.7명, 2045년 2.1명까지 대체출산율 도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스웨덴이나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객관적인 근거도 없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설정하는 무모한 일은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지만, 아직도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한 결과 4차까지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정책들은 그동안 기존 대책의 적용대상과 지원금만 늘려왔을 뿐 “예산으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독일의 BiB가 노동, 교육, 주거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관련된 주제’를 모두 포괄해서 종합적인 연구를 하는 반면, 우리의 인구정책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아직도 각 부처의 계획들을 한데 모아 묶는 일명 ‘스테이플러(stapler) 계획’에 머물러 있다.
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만 18년이 되는 해이다. 50년간 인구문제에 공들여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리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고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만 64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6.6%로 인구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2070년까지 포기하지 말고 약 50년 동안 공을 들여보자. 인구회복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둘째, 저출산 대책은 ‘해볼 만큼 해본 것’이 맞을까? 저출산 문제는 비혼‧비출산 경향에 따라 계속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20‧30대 여성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하고, 20대의 경우 60%가 넘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2023.4. 엠브레인퍼블릭). 남성 20‧30대의 경우에는 여성과 비교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다소 높은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6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해 3월 조사된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30세대 인식조사’(2023.3. 에스티아이)에서는 남성 중 ‘자녀를 가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7.2%, ‘자녀를 가질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33.5%였고,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50.0%, ‘자녀를 반드시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44.8%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고착화는 이제 더 이상 결혼‧출산을 했을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와 복지적 성격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결혼과 출산을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출산 해결은 요원하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해도 일과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결혼‧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나라,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며 살든 아이 낳고 기르는 행복이 보장되는 나라…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런 목표를 두고 하나씩 바꿔나가고 채워나가는 것이 아무 근거도 없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정해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예산 퍼붓기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개혁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는 "저출산 트렌드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해볼 만큼 해봐서’가 아니라 ‘해야 할 것을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는 왕도가 없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야한다 그리고 미래세대가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말고 해야 한다. 정해진 미래란 없다.
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만 18년이 되는 해이다. 50년간 인구문제에 공들여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리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고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만 64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6.6%로 인구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2070년까지 포기하지 말고 약 50년 동안 공을 들여보자. 인구회복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 2006년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남긴 경고이다. 17년이 지난 올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콜먼 교수는 이 무시무시한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라는 불명예가 지속되고, 초고령사회의 문턱까지 와있는 지금 우리에게 이 지적은 아프면서도 상당한 위기감으로 다가와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방소멸, 국가소멸과 같은 공포스러운 단어에도 이제 크게 놀라는 사람들이 없다. 지방의 대학들이 문을 닫고, 매년 군 병력이 줄어든다는 언론 기사는 쏟아지지만, 저출산 해결이 국가 최우선 과제라는 느낌도 받을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저출산 현상은 이미 대세가 되었으니,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저출산 ‘극복’ 중심의 정책에서 ‘적응’ 중심의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환의 기저에는 “그동안 해볼 만큼 해봤지만, 저출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듯하다. 그러한 인식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2005년 9월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하였고, 4년마다 인구정책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수립되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모든 부처가 나서서 계획안을 제출하고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쏟아부은 예산만 무려 280조이다. 그런데도 2000년대 초반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이래 합계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속하게 감소해 0.78명까지 추락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허탈할 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저출산 정책은 다 나온 것처럼 정책의 빈곤마저 느껴진다. 국가가 합계출산율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출산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직접 지원이 중심을 이루었던 1차에서 3차까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부터 사람 중심의 정책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입힌 4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그동안 해볼 만큼 해봤지만 저출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는 인식에 두 가지 반론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저출산 정책에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이 맞을까? 저출산 극복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도 지금의 결과가 있기까지 5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독일은 ‘독립적이며 정당 정치를 초월한다’는 기본 원칙을 걸고 지난 1973년부터 50년간 인구 관련 연구와 제언하고 있는 상시조직인 독일 연방 인구연구소(BiB)를 두고 있다. 통일 이후 합계출산율이 1.24명(1994년)까지 떨어지면서 ‘멸종하는 민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은 2021년 기준 1.58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출산 억제의 기조를 유지하다가 저출산 현상이 시작되자 200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하였다. 인구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하여야 함에도 우리의 대책은 단기적 시각에서 사후적인 대응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난 50년간 해당 시점에서의 중요한 과제를 중심으로 한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성급한 목표는 2015년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드러나는데, 3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합계출산율 목표는 1.5명으로 설정하고 2030년에는 1.7명, 2045년 2.1명까지 대체출산율 도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스웨덴이나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객관적인 근거도 없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설정하는 무모한 일은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지만, 아직도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한 결과 4차까지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정책들은 그동안 기존 대책의 적용대상과 지원금만 늘려왔을 뿐 “예산으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독일의 BiB가 노동, 교육, 주거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관련된 주제’를 모두 포괄해서 종합적인 연구를 하는 반면, 우리의 인구정책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아직도 각 부처의 계획들을 한데 모아 묶는 일명 ‘스테이플러(stapler) 계획’에 머물러 있다.
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만 18년이 되는 해이다. 50년간 인구문제에 공들여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리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고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만 64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6.6%로 인구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2070년까지 포기하지 말고 약 50년 동안 공을 들여보자. 인구회복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둘째, 저출산 대책은 ‘해볼 만큼 해본 것’이 맞을까? 저출산 문제는 비혼‧비출산 경향에 따라 계속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20‧30대 여성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하고, 20대의 경우 60%가 넘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2023.4. 엠브레인퍼블릭). 남성 20‧30대의 경우에는 여성과 비교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다소 높은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6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해 3월 조사된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30세대 인식조사’(2023.3. 에스티아이)에서는 남성 중 ‘자녀를 가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7.2%, ‘자녀를 가질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33.5%였고,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50.0%, ‘자녀를 반드시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44.8%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고착화는 이제 더 이상 결혼‧출산을 했을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와 복지적 성격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결혼과 출산을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출산 해결은 요원하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해도 일과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결혼‧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나라,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며 살든 아이 낳고 기르는 행복이 보장되는 나라…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런 목표를 두고 하나씩 바꿔나가고 채워나가는 것이 아무 근거도 없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정해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예산 퍼붓기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개혁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는 "저출산 트렌드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해볼 만큼 해봐서’가 아니라 ‘해야 할 것을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는 왕도가 없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야한다 그리고 미래세대가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말고 해야 한다. 정해진 미래란 없다.